그러다 완전히 낚인다

아는 사람들과
낚시를 같이 간 적 있어요.
 
낚시가 처음이라 그런지 반나절 동안
나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옆에 큰 물고기를 두 마리나 잡은 형이
나한테 계속 말했어요.
 
잡을 수 있을 거야.
곧 잡힐 거야. 파이팅!
 
한 번은 들을만했지요.
계속 들으니까 기분이 나빠요.
 
난 여기 놀러 온 건데.
물고기 잡으러 온 게 아니라.
 
위로한답시고 등을 두드려 줄 때
짜증이 절정에 다다랐어요.
 
아, 이 형 옆에서 안되겠다.
자리를 옮겼죠.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거예요.
손으로 만져봤더니, 하얀 새 똥이에요.
 
아무리 얼굴이 커도 그렇지,
이렇게 넓은 바다에서 얼굴에 새 똥이라니.
 
끼륵끼륵 갈매기 새끼들도
나를 조롱하는구나.
 
하루 종일 한 마리도 못 잡고
집으로 돌아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요.
나는 낚으러 갔다가 완전히 낚였어요.
 
편안하게 시작한 일
주위 시선이 부담이죠.
 
내가 좋아서 한 건데
다른 사람 좋은 대로 하고 있죠.
 
이리저리해보다가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고 때려치웁니다.
 
나처럼 낚인 거예요.
절대로 못 낚습니다.
 
나는 말하고 싶어요.
아주 차분하게.
 
못 낚으면 어때요, 뭐.
못 낚으면 못 낚은 거죠.
 
마음 편히 먹고 바다 한 번 보세요.
낚싯대만 보지 마시고.
 
파도 소리, 새소리.
저 멀리 수평선, 마음에 담아보세요.
 
우리 여기 쉬러 온 거예요.
뭐 하나 낚으러 온 게 아니라.
 
누가 그랬죠.
인생은 잠시 잠깐이다.
 
하루가 천 년이고
천 년이 하루다.
 
바다를 누가 만들었는지 안다면
낚이지 않을 수 있어요.
 
낚이지 않고
낙낙(樂樂) 하게 되죠.
 
드리워진 낚싯대에 존재를 걸지 말고
드넓은 바다를 보며 꿈을 꾸세요.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그분의 영광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희희낙락(喜喜樂樂):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