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엘가나 (한나의 남편, 사무엘의 아버지)

 

내 아내 한나는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지요. 내가 최선을 다하면, 아내가 행복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뜻대로 안 되더군요. 

 

우리는 신혼 초부터 일찌감치 아이를 낳기로 했습니다. 한나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품에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모질게도, 한나에게 아이를 주시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습니다. 밤마다 슬프게 우는 아내를 안아주는 것이 일상이 되어갔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울면서 제게 말하더군요. 

 

“여보, 나는 당신을 위해 아이를 낳아줄 수가 없어요. 나를 버리시든가, 나를 대신할 다른 여자를 얻으셔야 해요.” 

 

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화들짝 놀랐어요. 두 번 다시 그런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내는 물러서지 않았어요.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브닌나라는 다른 여자를 데려다 놓았지요. 

 

나는 억지로 그 여자와 동침했고, 아이를 낳았어요. 모두 한나를 위한 것이었지요. 한나가 시키는 대로 하면, 한나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역시나,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브닌나가 한나를 핍박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아이를 낳은 이후부터는 대놓고 한나를 무시하더군요. 나는 두 여자 사이에서 말할 수 없이 괴로웠지요. 

 

하지만, 나는 한나를 더 사랑했어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나에게 더 많은 것을 주었지요. 브닌나도 그것을 알았고, 한나는 더 큰 고통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한나는 성품이 온유한 사람이었어요. 정면으로 대응하는 법이 없었지요. 억울하고 답답할 때마다, 항상 하나님을 찾았어요. 남편이 얼마나 무능한지 알았던 것이지요. 

 

내가 어찌 그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한나는 지혜롭고, 현명하고, 성숙한 여인이었어요. 남편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한나에게 늘 반했지요. 

 

어느 날부터인가, 한나는 밝은 웃음을 되찾았어요. 마치 아기를 낳은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했지요. 나는 은근히 마음이 불안했어요. 하루아침에 사람이 그렇게 달라지니, 혹시 정신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싶었지요. 

 

내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한나가 내게 말하더군요. 

 

“여보,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제게 자녀를 주신다고 약속했어요.” 

 

한나의 들뜬 감정을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분위기를 맞춰줬지요. 한나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랐어요. 내게 믿음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한나는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하나님이 보란 듯이 아이를 주셨을 때, 나는 부끄러웠지요. 한나의 말은 모두 진실이었고, 하나님은 한나의 말대로 모든 상황을 인도해 주셨어요. 한나의 하나님은 참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이셨어요. 

 

한나가 사무엘을 애지중지 키우는 것을 보며, 나는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어요. 한나는 사무엘을 하나님께 바칠 것이라 말했고, 그 표정이 슬퍼 보였거든요. 나는 조심스럽게 한나에게 부탁했어요. 

 

“여보, 그냥 아이를 우리가 데리고 키우면 안 되겠소? 어차피, 이 아이는 나실인이요. 우리가 품에 안고 거룩하게 키웁시다.” 

 

한나는 그럴 수 없다고 주저하지 않고 말하더군요. 한나의 목소리와 말투가 사뭇 진지해, 그다음부터는 말도 못 꺼냈지요. 한편으로는, 한나가 과연 사무엘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더군요. 

 

사무엘이 젖을 떼자, 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성전으로 올라가자고 말했어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였지요. 성전으로 올라가는 여정 내내, 한나는 사무엘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더군요. 

 

한나는 결국 사무엘을 하나님께 바쳤고, 사무엘은 성전에서 자라게 되었지요. 하나님은 사무엘을 민족의 지도자로 세워주셨고, 우리에게 또 다른 다섯 자녀를 선물로 주셨지요.  

 

나는 아내를 마음속 깊이 존경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연약한 여자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살아계신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요. 그녀의 믿음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수 없습니다.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해도, 언제나 빈자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같이 있어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을 경험해본 남편이라면, 내 말에 공감되시겠지요. 

 

당신이 나와 같은 남편이라면, 하나님이 절실합니다. 하나님만이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주실 수 있습니다. 아내가 하나님 앞에 엎드릴 때, 아내 곁에 있어주셔야 합니다. 기도는 아내의 몫이라고, 뒷짐을 지고 계시면 안 됩니다. 

 

내가 못해주는 것을 하나님이 해주실 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내의 기도를 통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자녀 역시 혜택을 봅니다. 당신은 아내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아내가 원할 때, 언제든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하나님이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시고, 아내의 기도와 헌신은 당신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절대로 손해 보는 일 아닙니다. 목숨을 다해, 아내를 사랑하세요.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이 이루어질 것입니다.